“추운 날씨엔 쥐약인 배터리” 성능저하 원인 따로 있었다
“추운 날씨엔 쥐약인 배터리” 성능저하 원인 따로 있었다
- IBS 연구진, 온도에 따른 리튬이온 용매 구조 분석
- 저온에서도 성능 저하없는 새배터리 설계 단서 제시
IBS 연구진은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탈용매화 과정의 시작 구조인 리튬이온 용매 구조와 리튬염이 리튬이온으로 분리되는 이온해리 과정을 관찰했다. 그 결과 기존 통념과 달리 리튬이온 용매 구조가 환경에 따라 다양할 수 있음을 밝혔다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영하의 추운 날씨에는 스마트폰 배터리가 유독 빨리 닳곤 하는데 원인이 따로 있었다고?”
기초과학연구원(IBS) 조민행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장 연구팀은 저온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전해액의 용매 구조를 상세히 밝혀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크게 양극과 음극, 분리막, 전해액으로 구성된다. 음극에서 리튬원자는 리튬이온(Li+)과 전자로 분리되고, 전자는 배선을 따라 이동한다. 이것이 전기를 공급하는 전류다. 이때 리튬이온은 전해액을 통해 양극으로 이동하고, 양극에서 다시 전자와 결합한다. 온도가 떨어지면 리튬이온이 전해액에서 전극으로 이동하는 ‘탈용매화(desolvation) 과정’에서 배터리의 내부저항이 증가한다. 탈용매화 과정의 초기 구조인 리튬이온 용매 구조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탈용매화 과정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저온에서의 배터리 성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이다. 리튬이온 용매 구조는 리튬이온이 전해액에 녹을 때(용매화) 리튬이온과 주변의 음이온 혹은 용매 분자들이 이루는 구조를 말한다. 지금까지는 리튬이온 용매 구조는 리튬이온을 중심으로 4개의 분자가 있는 4배위의 정사면체 구조를 이룬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최근 리튬이온 용매 구조가 정사면체라는 정설로 설명할 수 없는 실험결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르샤틀리에 원리에 의하면 온도, 압력 등 주변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화학 평형 상태를 이루기 위해 이를 상쇄시키는 방향으로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만약 주변 온도가 낮아진다면 주변 온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화학반응이 진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르면 리튬이온 용매 구조가 정사면체일 때 리튬염의 이온화(화합물이 이온으로 분리)는 열을 흡수하는 흡열반응이기에, 전해액의 온도가 내려가면 이론적으로는 이온화를 진행하지 않는 방향으로 반응이 일어나야 한다. 즉 전해액의 온도가 내려가면 이론적으로는 이온화도(리튬염이 이온화된 비율)가 감소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이온화도가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조민행 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연구단장.[IBS 제공]
이런 모순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연구진은 저온 상태의 리튬이온 구조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진은 저온 장치가 장착된 푸리에 적외선 분광기를 사용해 상온(26.85℃, 300K)부터 영하 33.15℃(240K)까지 온도를 변화시켜가며, 리튬이온 용매 구조와 이온화 과정을 관찰했다. 그 결과 리튬이온 용매 구조는 정사면체에 국한되지 않고 용매 환경에 따라 3배위, 4배위, 5배위 등 다양한 구조를 가진다는 것이 확인됐다. 정사면체 구조로는 이해되지 않았던 실험들을 설명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조민행 단장은 “이번 연구는 기존 리튬이온 용매 구조에 대한 지배적인 통념이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중요한 연구로 저온에서도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 새로운 배터리를 설계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를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후속 연구로 전해액에 첨가제가 있는 상황까지 반영하여 리튬이온 용매 구조를 면밀히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피지컬 케미스트리 레터스’ 8월 18일자에 게재됐으며,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추가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