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 이미징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겠습니다" 최원식 부단장님 (IBS 뉴스)
- 최원식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부연구단장(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
Q: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을 소개해주세요.
A: 분자는 나노미터 크기로 매우 작습니다. 또, 매우 빠르게 움직이죠. 이런 분자들의 고속운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측정하는 분자 동영상 촬영 방법을 개발해 분자 수준에서 다양한 생명 현상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분자가 움직이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면 에너지․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신소재와 기능성 재료의 특성을 규명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연구단은 지난 5월 19일 고려대 녹지캠퍼스 R&D센터에서 개소식을 가졌습니다. 앞으로 분자 분광학을 이용한 광학 이미징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Q: 물리학을 전공하시고 바이오 이미징 연구에 몸담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A: 서울대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을 때, 원자물리학 분야의 단원자 레이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분광학 실험실(Spectroscopy Lab)에 방문 연구원으로 참여해 연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곳에서는 빛으로 원자를 보고 조작하는 원자물리 분야뿐 아니라 생체조직이나 세포를 관찰하는 바이오 이미징 분야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바이오 이미징 분야를 처음 접했지요. 그 무궁무진한 매력에 이끌려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Q: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 소개되신 적도 있는데, 어떤 성과였나요?
A: MIT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하던 시절에 단층위상현미경(TPM)이라는 새로운 현미경을 개발했습니다. TPM은 살아 있는 세포 내부의 굴절률 분포를 3차원적으로 맵핑할 수 있는 현미경입니다. 세계 최초의 성과라는 의의를 인정받아 관련 논문은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s)'에 발표됐고요, 이 성과가 '이코노미스트'에도 소개됐습니다.
▲ 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은 빛으로 분자를 포착하여 이를 촬영하는 분자 동영상 개발을 목표로 한다. 지난 7월에 선임된 최원식 부연구단장은 광학 이미징 구현에 집중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광학 이미징 분야는 맨눈으로 볼 수 없는 현상을 관찰한다. 빛을 이용한 장비를 렌즈삼아 미지의 세계를 본다. 광학 현미경은 17세기 초 개발된 후 굉장히 느리게 발전해 왔다. 약 400여년이 지나서야 광학 현미경의 회절 한계1)를 뛰어넘는 초고해상도 형광 현미경 기술이 등장했으며, 이를 개발한 과학자들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광학 이미징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해상도와 심도다. 해상도는 어떻게 작은 것을 볼 수 있는가에 집중한다. 심도는 어떻게 더 깊은 곳까지 관찰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최근에는 초고해상도 연구와 함께 물체 표면 아래의 깊은 내부를 들여다보려는 초고심도 이미징이 주목받고 있다. 물체의 내부를 빛을 이용해 선명하고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다면 연구는 물론 의료, 산업까지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연구가 진행될수록 이미징 분야에 전환이 기대되는 이유다.
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은 빛을 이용해 분자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분광 이미징 방법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지난 7월 부연구단장으로 선임된 최원식 교수는 바이오 광학 이미징 분야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최 부단장은 피부 조직과 같은 복잡한 매질2)에서 빛이 어떻게 전파되는지를 규명함으로써 피부 안쪽 깊숙한 곳을 고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고자 연구하고 있다.
최 부단장은 박사과정 때 원자물리학 분야의 단원자 레이저를 연구했다. MIT 분광학 실험실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일하던 중 바이오 이미징 분야를 처음 접했다. 최 부단장은 바이오 이미징 분야가 갖고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매력을 느꼈다. 당시 바이오 이미징 분야는 원자물리학보다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낮았지만 가능성이 다양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파급효과가 즉각적일 수 있다는 점도 한 몫 했다.
▲ 최 부단장은 박사연구원 시절 단층위상현미경 개발로 이코노미스트에 소개되며 주목을 받았다.
최 부단장은 2006년 MIT 박사후연구원으로서 살아 있는 세포 내부의 굴절률을 측정하는 단층위상현미경(TPM)을 최초로 개발했다. 당시 분광학 실험실을 이끌던 마이클 펠드(Michael Feld) 교수는 빛을 생체 조직에 비춰서 산란되는 패턴으로 암의 존재 여부를 판별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빛이 산란하며 만들어진 패턴으로 생체 조직 내부의 세포 구성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선 세포의 굴절률을 알아야 하는데, 기존 방법으로는 세포를 해체한 뒤 각 소기관의 굴절률을 측정해야 했다. 살아 있는 상태에서의 측정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에 최 부단장은 살아 있는 세포에 다양한 각도에서 빛을 비추며 얻은 여러 '투영 이미지'로부터 내부 굴절률의 분포를 알아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는 "이 기술은 세포 하나를 대상으로, 투영하는 빛을 회전시키며 'CT 촬영'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최 부단장의 TPM 개발 성과는 2007년 네이처 '네이처 메소드'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이례적으로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도 소개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성과에 대해 '생물학을 세포만큼 투명하게(transparent) 만들었다'고 표현했다.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부임한 2009년부터 바이오 이미징 분야에서 잇달아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무질서한 매질을 이용해 회절 한계를 극복하는 한편, 이런 매질을 일반 렌즈처럼 활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했다. 오히려 복잡하게 얽혀있는 매질들의 성질을 파악하면 역으로 이를 이용해 대상물체를 구별하는 발상에서 출발한 연구다. 이어 최 부단장은 여러 개의 패턴을 송출하는 얇은 광섬유를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가느다란 내시경을 구현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또, 복잡한 매질의 공명 모드를 실험적으로 찾아내 빛 에너지를 피부 속 깊은 곳까지 전달하는 방법을 고안했으며, 피부 조직 깊은 곳에 있는 세포의 미세한 변화를 고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는 광학현미경인 CASS(Collective Accumulation of Single Scattering) 현미경을 개발했다.
최 부단장은 "이 가운데 2011년 세포 같은 무질서한 매질을 렌즈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성과가 그 이후 연구들의 초석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실렸던 이 연구성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로부터 그해 재미있는 연구 10가지 중 하나로 선정됐다.
▲ 최 부단장이 꼽는 가장 중요한 성과인 CASS 현미경은 단일산란파를 활용하여 고해상도 이미징을 구현한다.
최 부단장은 작년에 발표한 CASS 현미경 개발을 가장 중요한 성과로 꼽는다. CASS 현미경은 복잡한 매질 내부에서 한 번만 반사된 빛인 단일산란파를 효율적으로 축적하는 방식의 광학현미경이다. 예를 들어 피부 내부에 빛을 쪼였을 때 빛은 보통 여러 번 산란을 겪는다. 반면 적은 양이지만 보고자 하는 물체에서 한 번 반사되는 단일산란파도 있는데, 이 단일산란파만을 가려내 분석에 활용하는 것이다. 단일산란파만 축적하면 피부 깊숙이 매질이 없는 것처럼 고해상도의 이미징이 가능하다. 이를 이용한 것이 바로 CASS 현미경이다. 최 부단장은 "CASS 현미경 기술은 피부 속 세포를 고해상도로 볼 수 있는 세계 최고 기술"이라며 "이 기술을 이용하면 피부 아래 1.15mm에 있는 세포를 1μm(10만분의 1m)의 해상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부단장 연구진의 연구성과는 의료 분야, 특히 질병 진단 및 수술에 활용도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암 진단 및 수술에 적용할 수 있다. 암세포는 80% 정도가 피부나 장기의 외피 1~3mm 깊이에서 발생하지만 현재 사용되는 CT, MRI, 초음파 장치 등은 해상도가 낮아 초기 암 진단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초고심도 이미징을 이용하면 조기에 암을 진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암조직(tumor) 주변에 암세포가 어떻게 퍼져 있는지 파악해 암만 적출하는 수술이 가능하다. 초고심도 이미징을 내시경에 탑재하면, 용종으로 커지기 전 단계에서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세포핵이 정상세포보다 커진 암세포를 발견하는 방식이다.
그는 "암뿐 아니라 줄기세포 연구에도 초고심도 이미징이 필요하다"며 "척수에서 줄기세포가 어떻게 생겨나고 없어지는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신경과학과 뇌과학에도 초고심도 이미징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워싱턴대, 하워드휴즈연구소의 하나인 자넬리아 연구소(Janelia Research Farm) 등은 고심도 이미징을 뇌과학에 응용하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해상도 이미징으로 생체 조직 깊은 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데 있어서는 최 부단장 연구진이 현재 세계 최고 수준에 있다. 최 부단장은 더 나아가 단일 산란뿐 아니라 다중 산란까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한 번 산란된 빛만 이용하면 근본적으로 더 깊은 곳을 관찰하지 못한다"며 "두 번, 세 번 산란된 빛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다면, 이는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연구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원리에 대한 증명 연구를 많이 했는데, 앞으로 IBS의 지원을 받으면 새로운 원리를 발견하는 연구와 더불어 의료 분야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은 빛으로 분자를 포착하여 이를 촬영하는 분자 동영상 개발을 목표로 한다. 지난 7월에 선임된 최원식 부연구단장은 광학 이미징 구현에 집중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1) 광학 현미경의 회절 한계 : 독일 물리학자 에른스트 아베에 의해 밝혀져 '아베 회절 한계(Abbe diffraction limit)'로 불린다. 광학현미경은 렌즈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자연적 한계가 존재해 가시광선의 파장 길이 절반보다 작은 두 물체 간 거리는 식별할 수 없다. 아베는 가시광선을 이용하는 광학현미경은 200나노미터(0.2마이크로미터)가 광학 관측의 한계 값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간 많은 과학자들이 아베 회절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시도했다.
2) 매질(Medium) : 매질은 파동을 매개하여 전달하는 물질이다. 파동은 매질이 없으면 전파되지 않는데, 매질의 성질에 따라 파동의 성질도 바뀌게 된다. 빛을 제외한 파동은 매질에 의해 전파되는데, 예를 들어 소리는 공기 등으로 지진파는 지각을 통해 전파된다. 여기에서 공기와 지각은 매질이 된다. (출처: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