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속 쌓인 미세플라스틱 정확하게 찾아낸다”
예쁜 꼬마선충 위장 관 통로에 축적된 미세플라스틱 입자(빨강)와 관의 바깥 조직 내 분포하는 지질 저장소(초록)의 위치 분포가 선명하게 구분됨. 선충의 CARS 이미지 분석결과,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조직 침투 흔적이 없음을 알 수 있음.[KBSI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우리몸에 침투한 미세플라스틱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서울센터 이한주 박사 연구팀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IBS), 고려대학교와 함께 형광염색 없이도 생체에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의 위치, 이동과정 및 축적상태를 실시간 추적․관찰할 수 있는 레이저 이미징 기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과 세포 소기관의 생체 움직임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분석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를 통해 생활환경에 노출된 미세플라스틱의 오염실태나 인체 유해성 규명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생체 내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의 생물학적 영향 및 독성을 명확히 알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생체시료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위치, 이동, 축적 과정을 실시간 관찰․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존에는 미세플라스틱과 생체기관에 서로 다른 형광물질을 염색해 관찰하는 이미징 기법을 주로 사용해왔다. 이 방법은 번거로운 형광 염색 과정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형광물질의 광 탈색으로 장시간 측정이 어렵고, 환경에 노출된 미세플라스틱은 인위적인 염색이 불가하며, 형광물질 자체가 독성을 지닐 수도 있어 미세플라스틱의 독성을 규명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형광 염색 없이 물질의 고유 진동에너지를 이용해 서로 다른 화학성분의 미세입자를 동시에 영상화할 수 있는 다색 CARS 이미징 기술을 개발했다. CARS 이미징 기술은 20여 년 전 개발, 바이오 및 의학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어 왔지만, 이미징 속도가 느려 종류가 다른 미세입자의 움직임을 동시에 관찰할 수 없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레이저 스캐닝 방식을 다색 CARS 이미징 기술에 접목시켜 이미징 속도를 기존보다 50배 이상 높일 수 있었다. 그 결과, 살아있는 세포에 흡수된 미세플라스틱과 세포 소기관의 생체 움직임을 수십 초 간격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무염색 상태의 2μm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을 살아있는 인간 골세포에 흡수시킨 후, 다색 CARS 현미경을 이용해 미세플라스틱 입자와 세포 소기관의 하나인 지질방울의 실시간 움직임을 관찰했다. 크기와 모양이 비슷해 일반 광학현미경으로 식별이 힘든 미세플라스틱과 지질방울 입자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었고, 속도분포 측정을 통해 생체 운동성 분석도 가능함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펨토초 다차원 레이져 분광시스템과 연구진. 왼쪽부터 이한주(맨 왼쪽) KBSI 박사, 최대식(가운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KBSI 제공] |
세포가 아닌 모델 생물(선충)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의 생체 분포 및 축적 상태를 관찰했다. 2μm 미세플라스틱은 조직 침투 흔적 없이 선충의 위장 관 통로에 주로 축적된 반면, 관의 바깥 조직에는 대부분 지질 저장소가 넓게 분포돼 있음을 확인했다. 크기와 모양이 유사한 두 물질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조직 침투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환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과 기술’ 3월 1일자에 게재됐다.
이한주 박사는 “기술을 좀 더 발전시키면 식품, 화장품, 세척제 등 생활 소비재의 유해물질 안전성 평가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며 “향후 국내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의 생체 영향 및 독성 규명은 물론, 환경오염과 유해물질 이슈의 대응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