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 난제 '상보성 원리', 국내 연구진이 실험으로 검증
입자와 파동, 두 가지 상태 양자 물질의
이중성
닐스 보어 1928년 제시한 이후 93년 만
“양자 물질은 입자와 파동의 특징을 함께 갖고 있다.”
1928년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가 제시한 양자역학의 핵심 전제이자, 그동안 검증하지 못한 ‘상보성(相補性) 원리’다. 국내 연구진이 약 100년 만에 이 난제를 풀 실마리를 찾았다.
현대 물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닐스 보어(왼쪽)가 독일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운데) 등과 양자역학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의 단장 조민행 고려대 화학과 교수와 윤태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양자 물체의 파동-입자 정량적 상보성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제안하고, 자체 개발한 장비를 통해 실험적으로 이를 검증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19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원자 수준의 미시 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에서는 하나의 상태인 것처럼 보이는 물질이 움직이며 에너지를 가져가는 상태인 ‘입자’, 움직이지 않고 에너지를 전달하는 상태인 ‘파동’으로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양자역학의 기본 틀이지만 이 같은 이중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기술이 없었다.
연구팀은 양자 물체의 상보성과 간섭계에서 입자-파동의 이중성을 검증하기 위해 ‘얽힌 비선형 광자쌍 광원(ENBS)’을 자체 개발했다. 기존 측정시스템과 달리 양자 물체의 ‘얽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얽힌 비선형 광자쌍 광원'(ENBS)의 모습. IBS 제공
연구팀은 ENBS를 이용해 양자 물체의 입자성과 파동성의 상호 연관성을 밝혀냈다. 보어는 ‘양자 입자의 파동성과 입자성은 서로 배타적이어서, 하나의 측정 장치로는 하나의 성질만 알 수 있다’는 이론을 폈다. 하지만 연구팀은 얽힘 정도를 조절해 하나의 측정 장치로 배타적 성질을 가진 두 개의 양자상태가 동시에 존재함을 측정했다. 상보성의 원리가 제안된 후 처음으로 파동-입자 상보성의 정량적 관계를 측정한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얽힌 비선형 광자쌍 광원'(ENBS)의 원리. 이 모델을 통해 단일 광자의 파동성 V와 입자성 P를 조절할 수 있다. IBS 제공
윤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양자 물체의 파동성과 입자성을 조절하면서도 한 장치로 실험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ENBS를 이용한다면 아직까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여러 양자역학적 난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이 발견한 기술은 양자 기술 개발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들어 양자적인 성질을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양자 중첩, 양자 얽힘을 이용한 기술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양자컴퓨팅 기술이 대표적인 예다. 양자컴퓨터에서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0과 1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계산 속도가 빠르고, 이를 기반으로 한다면 더 빠른 통신도 가능하다.
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한 연구단의 단장 조민행(왼쪽) 고려대 화학과 교수, 윤태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IBS 제공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