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 현미경 기술에 초음파를 결합해 생체 내부를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현미경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최원식 분자분광학및동력학연구단 부연구단장 연구팀과 장무석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초음파를 이용해 기존 현미경으로 볼 수 없었던 생체 내부의 미세 구조를 관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기술로 살아 있는 제브라피시 생체 내부 근육섬유를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광학 현미경은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세구조를 확대해서 보여준다. 그러나 생체조직을 관찰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빛이 생체 조직을 투과할 때 직진광과 산란광 두 종류의 빛이 생긴다. 직진광은 말 그대로 생체 조직의 영향 없이 직진하는 빛이다. 산란광은 생체 조직 내 세포나 세포 내 구조의 영향에 의해 진행 방향이 무작위로 굴절된 빛이다.
광학 현미경으로 생체 조직 깊은 곳을 관찰하려면 직진광에 비해 산란광이 강해져 이미지가 흐려진다는 단점이 있다. 생체 조직의 수많은 세포와 구조들이 빛을 산란시켜 이미지를 흐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태아를 감별할 수 있을 정도로 생체 내부 깊은 곳의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초음파는 해상도가 낮아 미세 구조를 볼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연구진은 광학 현미경과 초음파 영상의 장점을 결합해 생체 내부 깊은 곳을 높은 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는 초음파 결합 광학 현미경을 개발했다. 생체 조직 내부를 잘 침투하는 초음파의 초점을 지나는 빛만 측정하는 방식으로 산란광의 세기를 크게 감쇄시킨다. 초음파가 광학 현미경에서 관찰 경로를 알려주는 일종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초음파는 생체 조직을 응축, 팽창시켜 굴절률을 변조하는 방식으로 빛의 진행에 영향을 준다. 연구진은 이런 초음파의 특성을 응용해 초음파의 초점을 통과하는 빛만을 선택적으로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 기술을 ‘공간 게이팅(space-gating)’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기술을 통해 산란광을 100배 이상 감쇄시키며 생체 조직 내에서 광학 이미지가 흐려지는 문제를 극복했다.
연구진은 개발한 현미경을 이용해 별도의 형광 표지 없이 부화한 지 30일 된 성체 제브라피시의 척추 안쪽 근육 조직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는 제브라피시의 장기, 척추 등 내부 구조에서 산란 현상이 일어나 절단해야만 내부 근육 결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새롭게 개발된 현미경은 자연 상태 그대로 살아 있는 제브라피시 내부 조직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얻었다.
최원식 부연구단장(고려대 물리학과 교수)은 “초음파 결합 광학 현미경은 기존 광학 현미경의 이미징 깊이 문제를 해결하는 획기적인 기술”이라며 “공간 게이팅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빛의 산란 현상을 이해하고 의생명 광학 기술 분야 활용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월 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동아사이언스
김민수 기자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4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