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장어 형광단백질로 살아있는 세포 더 자세히, 더 오래 관측한다
국내 연구진이 살아 있는 세포를 관찰하는 초고해상도 형광현미경법의 해상도와 관측 가능 시간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형광단백질을 발견했다. 살아 있는 세포의 구조를 더욱 자세히 관찰할 수 있어 다양한 생명 현상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심상희 교수(고려대 화학과 교수) 연구진은 서울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과 공동으로 민물장어의 형광단백질 `우나지(UnaG)`를 활용하면 초고해상도 형광현미경의 해상도를 분해능 12~1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수준으로 높이는 것은 물론, 관측 가능 시간도 기존 대비 8배로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월 14일자에 게재됐다.
초고해상도 형광현미경은 형광단백질의 상태를 조절해 살아있는 세포를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을 말한다. `미토트래커 레드` 등 기존에 사용했던 형광단백질 대부분은 단백질 자체의 아미노산이 발광체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빛에 노출되면 단백질의 구조가 손상되면서 형광이 사라져 짧은 시간 동안밖에 관측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을 광표백 현상이라고 한다.
반면 연구진이 활용한 민물장어 유래 형광단백질인 우나지는 단백질 내 아미노산이 아닌 외부 대사물질인 빌리루빈을 발광체로 사용하기 때문에 단백질이 손상되더라도 더 오랜 시간 형광을 유지할 수 있다. 우나지와 빌리루빈은 결합했을 때만 밝은 녹색 형광을 내는 형광물질이 된다. 우나지-빌리루빈 결합체에 청색광을 쪼이면 광표백에 의해 형광이 꺼지고, 이후 다시 빌리루빈을 처리하면 형광이 다시 나타난다.
연구진은 이런 우나지-빌리루빈 결합체의 특성을 활용해 우나지를 초고해상도 현미경에 적용했다. 세포 내 관찰하고자 하는 구조에 우나지를 표지하고 청색광을 쪼여 형광을 끈 뒤, 이를 빌리루빈과 결합시켜 해당 부위에만 형광이 나타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같은 조건의 초고해상도 형광현미경을 기준으로 우나지를 사용하면 기존 형광단백질인 미토트래커 레드를 사용했을 때보다 8배 긴 시간 동안 형광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나지는 기존 형광단백질보다 크기가 절반으로 작아 ㎚ 단위의 미세 구조까지 고해상도로 관측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우나지를 적용한 초고해상도 형광현미경의 해상도(분해능)는 12~13㎚에 불과한 간격의 두 물체를 구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논문의 제1저자인 연구단의 권지웅 박사는 "간단히 형광단백질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형광현미경의 해상도와 관측 가능 시간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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