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에 의해 발생하는 B-Z전이의 경로를 밝히다
이중나선을 갖는 DNA는 단백질과 결합하거나 화학적, 물리적 요건 등에 따라 새로운 구조로 변하게 된다. 그중 왼손방향의 이중나선인 Z-DNA는 특이한 구조와 유력한 생물학적 기능으로 인해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받아왔다. 특히, 프로모터 부분에 Z-DNA로 전이될 수 있는 특정 서열(GC, TG 반복서열)이 많이 분포하고, Z-DNA가 ADAR1이나 Nrf1같은 단백질과 결합하여 개방 크로마틴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함으로써 전사에 기여한다는 생물학적 의의도 보고되었다. Z-DNA와 결합하거나 B-Z 전이를 일으키는 단백질에 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되었지만, 대상 서열 자체에 생물학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단장: 조민행) 고려대 물리학과 홍석철 교수와 세종대학교 이남경 교수의 연구진은, 일반적인 서열에 둘러싸여 있어 B-Z 전이 발생 시 두 개의 B/Z 접합이 생기는 GC와 TG 반복서열 DNA가 ADAR1 단백질 결합으로 일으키는 B-Z 전이의 경로를 연구하였다.
연구진은, Z-DNA 형성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어려워 단백질이 이미 형성된 Z-DNA를 안정화하는 방식으로는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을 밝혔고, 대신 B-DNA에 결합하여 (알려져 있지 않았던) 중간상태를 형성, 안정화한 후 전이를 유발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단분자 프렛을 이용한 체계적인 열역학적 데이타를 획득함과 동시에 통계물리 모델 개발 및 적용을 통해, ADAR1 단백질의 B-DNA와 GC와 TG 반복서열에 의한 Z-DNA에의 결합에너지를 최초로 결정하였다. B-DNA에 대한 결합도가 기존의 예상보다 큼을 알 수 있었고, GC, TG 서열의 단백질에 의한 B-Z 전이 경향성이 크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실제 결합에너지는 거의 비슷함을 알게 되었다. 또 B-Z 전이 경향성이 크게 다른 이유가 Z-DNA 상태에서 각 서열의 구조적 안정성의 차이에서 비롯됨을 밝혔다. 한편, B-Z 접합부의 높은 에너지 비용 때문에 B-Z 전이가 일어나기 전에 중간단계인 B* 상태가 존재하며, GC 서열에서는 서열의 전이 용이성으로 B* 상태를 순간적으로 경험하지만, TG 서열에서는 에너지 여건이 충족될 때까지 ADAR1이 DNA 위에 축적되는, 즉 안정된 B* 상태를 유지한 후에 B-Z 전이가 일어난다는 것을 밝혔다. 이는 기존의 가설 중 단백질이 B-Z 전이에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active picture”를 지지하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본 연구 교신 저자 중 한 명인 홍석철 교수는 “본 연구는 B-Z 전이의 구체적 과정을 재구성하고, 알려지지 않았던 중간단계 B* 상태를 유발함으로써 단백질이 구조 전이를 달성한다는 active mechanism을 밝힌 데 큰 의의가 있으며, B* 형성을 일반서열이 아닌 Z-DNA 가능 서열에서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ADAR1이 서열을 인식하여 일련의 과정을 시행한다는 점, 더 나아가 서열에 이미 반응 양상, 보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생물학적 경로가 새겨져 있는 일례로 볼 수 있다.”이라고 밝혔다.
본 연구의 다른 교신 저자인 이남경 교수는 “상당히 느린 B-Z 전이 현상에서 열역학적 실험과 대분배 함수를 사용한 통계물리 이론으로부터, DNA와 단백질의 상호작용에 의한 복잡한 반응 과정의 원리를 밝히고 재구성한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핵산 관련 국제 저명학술지 뉴클레익 애씨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 IF 10.162)에 게재됐다.
논문명
Unveiling the pathway to Z-DNA in the protein-induced B-Z transition (Nucleic Acids Res.)
저자정보
Sook Ho Kim, So-Hee Lim, Ae-Ree Lee, Do Hoon Kwon, Hyun Kyu Song, Joon-Hwa Lee, Minhaeng Cho, Albert Johner, Nam-Kyung Lee, and Seok-Cheol Hong
연구내용 보충설명
ADAR1 단백질이 GC나 TG 반복 서열 DNA와 결합할 때 유도되는 B-Z 전이를 연구하였다. 기존 연구 결과와 유사하게 GC 반복서열의 경우, 더 낮은 단백질 농도에서 전이가 발생했지만, 결합에너지(~10 kcal/mole)는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두 서열의 전이 용이성의 차이로, 전이가 쉬운 GC 서열은 3-4개의 ADAR1이 결합하는 조건에서 신속히 전이되어 Z-DNA로 변했지만 TG 서열은 6 이상의 단백질이 결합하는 중간단계를 거침으로써 전이가 완성됨을 알 수 있었다.
기타사항
[연구 배경] 단백질의 결합에 의한 Z-DNA 형성에 대한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타당한, 두 접합부를 수반하는 B-Z 전이의 동역학적 거동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 연구는 두 접합부를 수반하도록 분자 조건을 갖는 DNA가 단백질과의 결합을 통해 일으키는 B-Z 전이 과정에 관한 연구이다.
[어려웠던 점] 새로운 프렛 상태(신호)가 새로운 구조인 B* 상태임을 확인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이를 위해 DNA의 나선성을 확인하는 CD 실험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었다. 한편, TG 서열의 경우, 염에 의한 Z-DNA 유도실험에서 변화된 프렛신호가 관찰되었는데 단백질에 의해 유도되는 B* 구조와 차별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ADAR1과 DNA의 느린 결합 반응으로 반응 자체의 안정화를 위해 시간이 오래 걸렸으며, 이 때문에 동력학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성과 차별점] 이전의 ADAR1과 DNA 결합 연구와는 달리 보다 생물학적, 생리학적 상황에서 연구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B-Z 전이의 핵심적 중간단계인 pre-complex B* 상태를 보였고, 이 상태를 확인함으로써 ADAR1 작용이 능동적 모형에 부합한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결과들로부터 ADAR1에 의한 B-Z 전이 과정의 단계를 물리적 관점에서 규명하였다.
[향후 연구계획]
DNA-단백질 상호 작용에 의한 구조 변화 연구로 본 연구의 실험적 이론적 방법론을 확장할 것이다.
a. 단백질 결합에 의한 B-Z 전이 개략도. b. B-Z 전이 과정 및 프렛에 의한 실험적 관측의 개략도.
단백질 농도(그림에 표시)에 따른 GC와 TG 반복서열의 프렛 히스토그램. a. 일반 서열 (전이 불가 서열), b. GC 반복서열 c. TG 반복서열. 파랑 : Z-DNA, 빨강 : B*-DNA, 검정 : B-DNA. 이들 데이터로 열역학적 상태 분포를 밝힘.
대분배함수를 사용한 통계물리 모형을 토대로 단백질 농도에 따른 각 상태의 분포 변화를 두 다른 서열에 대해 재현함. 이를 통해 단백질 결합에너지를 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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