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Institute for Basic Science
Search

물고기라 무시하지 말아요, 제브라피시

작성자 : Center for Molecular Spectroscopy and Dynamics 등록일 : 2018-04-09 조회수:2029

우리집 어항에 있는 제브라피시가 우주에 간 적이 있다고?

 

1976 5 22일 구 소련의 우주 비행장. 우주선에 특별한 동물이 실렸다. 주인공은 은색 빛 몸에 검은색 가로줄무늬가 있는 열대어, 제브라피시였다. 우주 정거장 살류트 5(Salyut 5)를 발사에 제브라피시가 동원된 이유가 무엇일까? 당시 연구진은 우주 공간에서 저중력이 인체에 미치는 효과를 연구하고자 제브라피시를 실험대상으로 선택했다.
  
제브라피시의 우주 비행 경험은 한 번이 아니다. 구 소련은 살류트 5호 발사 이후에도 제브라피시를 수차례 우주에 보냈고 미국도 미항공우주국(NASA)이 중심이 되어 제브라피시를 우주선에 싣고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표 실험모델인 쥐, 원숭이가 아닌 제브라피시가 우주비행사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제브라피시의 매력을 차근차근 살펴보자.

 

  과학자들의 물고기 사랑

제브라피시(Zebrafish)는 은회색 몸에 가로 검은색 줄무늬가 얼룩말(Zebra)을 닮아 지어진 이름이다. 정식 학명은 Danio rerio. 수명은 2~3, 몸길이는 최대 4~5cm이다. 생명력이 강해 기르기 쉬워 가정에서도 관상용으로 많이 키운다.

제브라피시는 알부터 배아, 성체에 이르는 모든 발단 단계를 관찰하기 용이하다. 온몸이 투명해 신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기 때문이다. 배아 발달과정은 물론 약물이 체내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육안으로 살필 수 있다. 굳이 살아있는 물고기를 죽여 샘플로 만들지 않아도 맨눈으로 관찰이 가능하니 실험동물로 안성맞춤이다.

                                   
 ▲ 제브라피시는 가격이 싸고 강인해 기르기 쉽다. 실험동물로도 많이 사용되지만 관상용 열대어로도 기른다. (출처: google image)
개체 당 구입비용이 싸고 체외수정으로 한 마리당 한 번에 200개 이상의 알을 얻을 수 있다. 성체 크기도 평균 3cm에 불과해 좁은 공간에서 대량 사육이 가능하다. 먹잇값도 크게 들지 않아 다량의 제브라피시를 키워 실험에 사용해도 실험실 운영비가 적게 든다. 효율적으로 연구비를 활용해야 하는 과학자들의 이목을 끄는 요소다.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실을 운영하는 곳에 반해 10분의 1수준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제브라피시는 척추동물로 유전체 구조가 사람과 유사하다. , 심장, , 콩팥 등 인간이 지닌 기관을 갖고 있다. 실험모델로서 지닌 가장 큰 장점이다. 2001년 인간게놈프로젝트로 분석된 인간 유전자 2 5천여 개 가운데 22% 5천여 개가 척추동물 유래 유전자다. 이후 척추동물 유래 유전자 대상 연구가 활발해지자 새로운 실험모델이 필요했다. 이 때, 등장한 척추동물이 제브라피시다. 초파리나 예쁜꼬마선충 등 비척추 동물이 검증해낼 수 없는 약효 검증 등이 제브라피시에서는 가능하다. 새로운 실험모델의 출현으로 과학계는 새로운 활기가 돌았고, 제브라피시는 점점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게 된다.
                                    
 ▲ 1981년 학술지 네이처의 표지를 장식한 제브라피시 복제 성공 연구. 이후 제브라피시는 실험모델로 다양한 연구에 이용되기 시작했다.
제브라피시는 1970년대 포유류 실험동물이 쥐보다 유전자 조작이 쉬운 척추동물을 실험모델로 찾던 미국 오레곤대 조지 스트레이싱어 박사에 의해 처음 실험동물로 이용되었다. 스트레이싱어 박사는 1981년 세계 최초로 제브라피시 복제에 성공해 국제 유명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를 발표했다. 연구 내용은 학술지 표지를 장식했다. 같은 대학 찰스 키멜 박사는 제브라피시를 신경 발생 연구에 적용했다. 이후, 제브라피시의 실험모델로서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 생물의 발달과정은 물론 당뇨, , 신경질환 등에 관련된 약물 효능 검증부터 독성 평가 연구까지 다양한 분야에 이용되었다.


제브라피시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연구계의 한 획을 그은 연구가 있다. 1996년 국제 학술지 <발달(Development)>에 시린 37편의 논문이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뉘슬라인 폴 하르트 박사와 미국의 볼프캉 드리에베르 박사는 빅 스크린로 알려진 프로젝트를 통해 제브라피시에서의 4000여 개의 돌연변이를 확인했다. 최근엔 대표 실험동물인 생쥐의 자리를 위협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생명 분야에 등장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다. 제브라피시만이 갖고 있는 이점이 더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반증이다.
                       

  제브라피시와의 만남, 연구에서부터 예술까지
  
최근 자폐증 원인 규명으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연구가 있다.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단장 연구팀, 충남대 생물과학과 김철희 교수 연구팀, 이탈리아 트렌토대 연구팀은 제브라피시를 이용해 동물의 뇌에서만 단백질을 발현하는 유전자를 찾았다. ‘삼돌이(samdori)’ 유전자는 사람은 물론 쥐나 제브라피시 등 척추동물에 존재한다.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단백질 사이토카인을 만드는 여러 유전자를 찾던 중 세 번째로 발견되어 붙은 이름이다. 연구진은 쥐와 제브라피시에서 삼돌이 유전자 발현을 억제할 경우, 제 기능을 못해 실험동물에서 우울증과 불안 증세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삼돌이 유전자 기능이 억제된 제브라피시(A', B')와 정상 제브라피시(A, B)의 모습. 물고기는 불안하면 바닥에 머무는데, 삼돌이 유전자 기능이 억제된 제브라피시는 불안해 계속 바닥에 움츠리고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은 DNA 복구 메커니즘을 규명하는데 제브라피시를 이용하고 있다. DNA 복구 과정들을 세부적인 분자 수준에서 연구하는데 생쥐 뿐 아니라 제브라피시도 실험 대상으로 삼고 있다. 500여 개의 어항을 보유하고 있으며 약 3,000마리의 제브라피시를 사육하고 관리 중이다. 연구진은 유전자 교정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다양한 돌연변이 제브라피시를 제작하고 DNA 손상 복구 메커니즘이 동물 개체의 발생, 생리,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DNA 손상에 관련된 유전자가 다양한 혈액 세포의 발생에 미치는 영향과 조혈 줄기 세포 발생에 필수적인 새로운 유전자를 찾는데도 제브라피시를 활용하고 있다. 


연구 대상인 제브라피시가 예술 작품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IBS에는 제브라피시를 주제로 한 작품이 다수 출품되었다.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에서는 현미경 기술을 새롭게 개발하고 연구 대상을 적용하는데 제브파피시를 이용한다. 연구자들은 제브라피시를 형광물질로 염색하거나 특수 현미경으로 관찰해 제브라피시의 뇌와 신경계의 다양한 모습을 포착해 작품으로 제출했다.

한 마리의 용처럼 보이는 이 사진은 제브라피시를 촬영한 것이다. 홍진희 연구위원은 제브라피시의 수초를 이루는 세포 안에 형광단백질을 발현시켜 공초점레이저 현미경으로 촬영했다. 부화 후 14일 된 제브라피시의 중추신경계 척수(spinal cord)와 말초신경다발들이 초록색으로 빛나는 모습이 마치 당장이라도 도약하려는 한 마리의 용처럼 보인다. 제목도 재치있게 <Z-드래곤>이라고 지었다.

▲ G 드래곤이 아닌 Z 드래곤(Zebrafish-Dragon)

붉은 빛의 나뭇잎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이 떠오르는 <바람에 흩날리는 잎새: 제브라피시 뇌 안에서>는 김문석 연구원이 출품한 작품이다. 스치듯 나타났다 사라지는 뉴런의 모습이 가을 바람에 흩날리는 잎새처럼 표현됐다. 김 연구원은 수정 후 2주된 제브라피시의 후뇌부 영역을 3차원으로 촬영했다. 뇌의 표면에서 100마이크로미터 깊이까지 복잡하게 분포한 신경세포인 뉴런을 보여줬다. 컴퓨터를 이용해 제브라피시 내부에서 일어나는 광학 왜곡까지 교정해 멤브레인에서 발생하는 간섭무늬까지 선명하게 관찰해내는데 성공했다.

▲ <바람에 흩날리는 잎새: 제브라피시 뇌 안에서>, 영상으로 확인하려면 그림을 클릭하세요!

 

  인간의 노화를 알려주는 물고기, 킬리피시
최근 과학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또 다른 물고기가 있다. 킬리피시다. 킬리피시의 고향은 아프리카 모잠비크와 짐바브웨다. 신기하게도 킬리피시는 우기 동안에만 잠깐 생겨났다 없어지는 연못에 서식한다. 건기에는 알 상태로 있다가 연못이 생기면 부화한다. 킬리피시는 부화한지 3주 만에 성숙해 노화되기 시작하는데 5달 만에 늙어 생을 마감한다. 비늘이 흐릿해지고 정신이 가물가물해지면서 상당수의 개체에서 종양이 발견되는 과정으로 노화가 진행된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다리오 발렌자노 박사 연구팀은 청록색 킬리피시의 유전체에 킬리피시가 유독 빨리 죽는 이유를 밝힐 수 있는 단서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킬리피시의 독특한 노화과정이 분석되어 유전학 논문으로 발표되자 킬리피시는 단숨에 노화 실험모델로 떠올랐다. 인간 노화에 얽힌 비밀을 풀 수 있는 물고기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킬리피시는 독특한 생애주기를 갖고 있어 최근 노화 연구의 실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출처: Flicker)
국내 연구진도 이에 동참해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공동으로 킬리피시가 노화 연구에 적합한 모델이라는 결과를 2016년 내놓았다. 연구팀은 킬리피시의 효용성을 다른 동물 모델과 비교한 결과 기존 동물 모델의 단점을 극복하고 척추동물로서 짧은 생애 과정에 노화가 나타나 분자 유전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하기에 수월하다고 분석했다. IBS 식물 노화·수명 연구단에서도 킬리피시를 대상으로 노화 연구에 매진 중이다. 

실험실 하면 떠오르는 흰 가운과 파란색 라텍스 고무장갑 그리고 생쥐, 이제 이 장면이 바뀌어야 할지도 모른다. 형형색색의 수조에 빠르게 헤엄치는 제브라피시들과 이를 관찰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모습, 한 쪽 벽에는 제브라피시의 배아상태에서부터 성체까지 발달주기가 그려진 포스터, 다른 쪽 벽에는 빨리 늙어 버리는 킬리피시의 노화 과정이 그려진 포스터가 걸려 있는 모습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연상될 수도 있다. 과학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제브라피시, 무한매력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 될 듯하다. 앞으로 제브라피시와 킬리피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